3040암26 도세탁셀 / 탁소텔 너는 정말! 24.03.10~24.03.20 탁소텔을 맞고, 딱 이틀 뒤부터 혈액순환이 안 되는 것이 느껴졌다. 물 먹은 솜이불처럼 몸이 무겁고 손가락과 발가락에서 통증이 느껴진다. 아, 이게 악명 높은 탁소텔의 부작용이구나. 사전에 공부한 것에 따르면 근육통/관절통이 대표적인 부작용인데, 이를 예방하려 진통제를 처방 받는다고. 마약계통의 진통제도 많이들 먹더라. 심한 분들은 근처 병원에서 주사로 직접 진통제를 맞는다고도 하고. 통증을 묘사할 때, 트럭이 밟고 지나가는 듯하다, 코끼리가 몸 위에 앉아있는 것 같다. 고 하더라. 나는 그나마 좀 버틸만했다. 통증은 주로 밤 시간에 찾아왔는데, 골반이 빠질 듯하고 특히 다리 쪽에 분절분절 뼈들이 끊어지는 것 같고 근육들이 들뜬 것 마냥 묵직한 동통이 느껴졌다. 그럼 바로.. 2024. 4. 12. 항암 6회차 24.03.07~24.03.09 이제 항암의 반절이 지나갔다. 총 8회 중 4회는 AD마이신+엔독산 그리고 나머지 4회는 도세탁셀(탁소텔) 검사를 해보니 표적항암 할 정도의 수치가 꽤 애매해서 표적항암은 안 하기로 했다고. 항암을 할 때마다 매번 입원을 하는데, 처음엔 병원 밥도 잘 먹고, 병원 생활도 알차게 보내다가 어느 순간부터 점점 좀이 쑤시게 되더라. 병원밥은 이제 냄새 맡는게 어려워져서 아예 밥을 넣어주지 마시라, 말씀드리고 아침에는 요거트에 그레놀라 만들어 둔 것과 바나나로 간단히. 저녁엔 일정 다 끝나고 간호사선생님들 회진 끝나면 도망 나와(?) 바깥에서 밥 먹고 들어온다. 보통 슬쩍 외출시간이 1시간 안팎이면 괜찮을텐데, 우리는 밥을 막 엄청 천천히 먹는 느림보들이라서 밥 먹는데만 1시간,.. 2024. 4. 6. AC 항암은 가고 TC 항암은 오라. 23.12.10-24.03.06 첫 항암부터 4회차까지 에이디마이신 + 엔독산. 그리고 5회차부터 마지막인 8회차까지 도세탁셀docetaxel(탁소텔). 다행히 4회차까지의 AD항암 부작용은 꽤 선방했다. 약을 맞고 속이 메슥거리는 부작용으로 3~4일간 짜증스럽고 탈모가 와 가끔 불면증에 다크서클이 내려오면 매드맥스의 워보이처럼 내 모습이 웃겨보이고 손톱이 검정색 선이 착색되고 뭐 그정도. 아, 귤중독이 있었다. 귤을 한달에 두번씩 총 45kg를 시켜먹었다. 귤이 제일 잘 먹히더라. 귤을 이렇게 열정적으로 사본게 이번이 처음 ㅎ 같이 사는 선우군의 증언으로는 소고기중독과 성격이상, 쇼핑중독이 있다고 강력 어필을 하는데 뭐… 그건 뭐 항암 이전에도… 이제 도세탁셀항암에 앞서 공부한다고 관련 카페 들어가 도.. 2024. 3. 7. 당신에게. 나는 당신에게 힘내세요 화이팅하세요 아프지마세요 라고 말할 수가 없어요. 힘을 내고 싶은데 어찌 힘 내는지 모르면 어떡하죠, 힘을 내고 싶은데 힘이 안나면 어떡할까요, 힘을 내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면 어쩌죠. 화이팅 하란 말도 꼭 같을것 같아서. 위의 말들을 내게 토로하면 어떡할까 싶어져 말을 못하겠어요. 아프지 말란 말은 좀 더 공허한 바람인 것 같아서 어느 순간부터 입 밖으로는 내지 않는 머릿속 염원으로만 맴돌아요. 그저 마음 가득 바람만 기도할뿐이에요. 대신 나는 당신에게 행복하셨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해요. 어찌보면 꼭 같은 공허하고, 반문이 가득할 그런 말일테지만, 내 말 안에는 이야기들이 촘촘히 가득해요. 나는 당신의 일상속에 와, 이 향기 참 좋다! 어머나, 바람이 참 시원하네? 이야, .. 2024. 2. 13. 별거없는 암환자의 일상 24.01.17-24.01.22 오랜만에 아는 사람에게 전화가 와 반가이 받으니, 상대가 엉엉 운다. 아니, 나는 괜찮은데 왜 니가 울어. 언니, 나 지금에서야 소식듣고 전화해. 괜찮아? 퍽 난감하다. 마침 선우랑 게임할려고 컴퓨터 켜던 상황이었는데말야. 통화가 한참 길어졌고, 근황과 병세와 일상과 육아와 미래. 모든 내용이 어우러져 그는 내 병세와 내 근황에는 엉엉 울고, 그의 육아와 미래 결혼생활에서는 웃고 나는 그저 묵묵하게 나를 읊고 그의 얘기를 듣고. 사실 별 자각없이 살다가도 거울 안의 빡빡머리 나를 보거나, 옷을 갈아입다 보이는 흉터와 불룩 나온 케모포트 자리를 보게되면 아, 나는 암환자구나.. 하고 새삼스레 와 닿게 된다. 그래서 이런 전화도 그 새삼스레 와 닿는 포인트. 아, 나 암걸렸지.. 2024. 1. 27. 항암 2차 24.01.02-24.01.16 입원하는 날. 연말연시니까 아무래도 입원실이 없을 수도 있겠어, 하고 일찍부터 서둘렀다.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입원 등록을 하는데, 1인실에 들어가려면 좀 더 일찍 가서 번호표를 뽑아야 할 듯해서.. 계획은 이랬다. 병원에서 나만 차에서 내려 입원등록 번호표를 뽑고, 채혈실로 가 채혈을 하고 다시 돌아와 내 순서를 기다리자. 그동안 선우는 주차를 하면 되고. 호기롭게 달려가 번호표를 뽑으니까, 바로 내 순서가 온다?(뭐 내가 그렇짘ㅋㅋ) 환자번호를 대니, 채혈부터 해야 입원등록을 해준다 한다.(뭐 내가 그렇짘ㅋㅋ 2탄) 채혈을 하러 가, 3통의 붉은 피를 뽑고 다시 입원등록을 했다. 원래 8n병동이 담당 층인데, 자리가 없어서.. 다른 병동 1인실이라도 괜찮은지 묻는다... 2024. 1. 19. 항암 루틴 23.12.27-24.01.01 원래는 1월 1일 입원이었는데, 하석훈교수님께서 하루 미루어 2일로 바꿔주셨다. 그럼 뭐해. 내 안락한 호텔 안마의자 안녕, 성심당 안녕. 대전여행이 물거품이 되었고 나는 집에서 갇혀있어야 하는거잖아. 흑흑. 병원에 다녀오고 노시보효과(nocebo)인지 갑자기 방광염이 발발, 꼬박 하루 미열에 통증이 있더라. 근데 또 지나니 멀쩡. 우리의 계획은 심플하지만 원대했다. 항암을 하면서 일단 가죽하는유목민 Nomadik의 일을 80%정도 줄였다. 느슨하게 치료에만 전념하자, 가 목표. 내 디자인과 각인은 닫아두어 덕분에 나는 2층 작업실에 올라갈 일이 없게 되었다. 그리고 세부적으로는 항암 첫주는 메슥거릴 테니까, 푹 쉬면서 그동안 하고팠던 게임들이나 하자, 였다. 둘째 주는 .. 2024. 1. 12. 다사다난한 케모포트 삽입기 2. 23.12.11 정신 차려보니 수술대기실이었다. 내 옆으로 자꾸 환자들이 새로 쌓이고 환자들이 들고 날때마다 열리는 문 밖에 선우가 계속 내 쪽을 보며 있음. 문 열릴 때마다 휴대폰 액정에 ‘이거 국소마취인데 생각보다 안아프대’ ‘요나야, 2~30분이면 끝날꺼래.’ ‘내가 여기서 기다릴께, 잘하고 나와’ 이렇게 글을 띄워 보여주는데 난 계속 어리버리...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나보다 늦게 온 환자들도 들어가는데 나는 계속 늦어졌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드디어 수술방으로 들어 가, 이동베드에서 수술대로 올라가, 수술 준비를 함. 머리에 수술모자도 쓰고, 고개는 수술할 부위 반대로 돌리고, 어깨를 드러내고, 요오드 용액을 주룩주룩 흘리며 소독을 했다. 수술 부위를 제외하고 천을 덮고, 그 위에 다시 두툼한 .. 2023. 12. 28. 입원 3일차, 이대로 수술까지? 선우가 집에 들르러 갔다. 늘 나와 붙어있을 수는 없는게, 집에는 고선생이 혼자 있어야하니까. 나는 나보다 고선생이 좀 더 걱정되니 잠은 고선생이랑 같이 잤으면 좋겠다고 했으나, 우리 가족에 우환이 있고 그럼 가족이 다 같이 나눠야 하는거라고. 고선생도 감내해야할 부분이라고. 그렇게 하루걸러 한번 씩 가서 충분히 놀아주고 예뻐해주고 재워주고 돌아온다. 선우가 집에 간 동안, 교수님 회진이 잡혔다. 어제 MRI 결과를 보았고 별 일 없으면 목요일 쯤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 어떻겠냐 고. 오늘의 일정은 CT와 뼈주사/뼈스캔 등이 있는데 다 마치고 저녁 회진 때 상의해보고 알려달라고. 그래, 그럼 까짓거. 일단 1인실로 다시 한번 병실이동을 요청해둔다. 옆자리 할머니는 내일 수술하신다고 하고, 나는 그 하루 뒤.. 2023. 12. 16. 날라리환자 병원은 늘 그렇다. 내 신체리듬과 전혀 반대인 곳. 잠들락 하면 달려와 내 혈관을 찌르는 곳. 혈관은 오늘도 숨었다. 오른쪽 팔은 이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혈관을 보호해야하는 팔이라서 무조건 왼팔에 혈관을 잡아야 하는데 이미 여러개의 상처들로 결국 시계차는 곳까지 내러오게되었다. 오늘은 CT와 MRI를 찍었으면 했다. 자리가 나면 좋겠다고. 일단 CT촬영을 해야하니 금식을 하면서 뭐든 얼릉. 먼저 MRI호출부터 왔다. MRI는 엎드려서 움직이지 않고 45분간 기계안에 들어가 있는거라 한다. 폐소공포증이 있는지 묻고, 혹시 만에하나 뭔 일이 있으면 벨을 누르라고 호출기를 손에 쥐어주며… 그래도 진행 해야해요, 이거 꼭 찍어야해요 아시죠? 한다. 귀마개를 꽂아주고, 헤드셋을 덮어준다. 노래는 90년대 .. 2023. 12. 15. 병원생활 보통 일요일 오후에 입원접수가 된다. 별 생각없이 13시부터 15시까지 접수 한다니 조금이라도 늦게가야지. 입원하면 그대로 갇히니까 버티다 제일 끝에 입원해야지. 느즈막히 일어나 느즈막히 준비를 하고 여유있게 병원에 도착했다. 근데 으잉? 1인실이 없다네. 2인실밖에. 아뿔사, 그래서 사람들이 일찍 오는구나. 원하는 병실에 들어가려고. 강릉아산병원은 2인실보다는 4인실이 더 낫다는 말들이 많아, 4인실도 물어봤으나.. 내가 들어갈 병동은 6인실만 남았다고 하더라. 별 수 없이 2인실 부탁드립니다. 73병동. 간호사 선생님이 병실을 안내해주고 바로 나를 스테이션으로 끌어 몸무게와 키를 쟀다. 아… 완전 무거운 니트와 완전 무거운 와이드 코듀로이바지인데. 역시나 기본 몸무게보다 2.5kg 정도 더 나온 상태.. 2023. 12. 14. 공포감 VS 무던함 뭔가 엄청나게 두렵거나 실제하는 공포에 일상이 버겁지는 않다. 사실 별 생각이 없다. 시술이던 수술이던 무언가를 앞두고 ‘아프다던데. 얼마나 아프려나.’ 그 정도의 걱정 이외의 것은 모든게 죽음으로 치환된다. 예컨데 내가 버틸 수 있는 두려움의 총량이 100이면, 지금껏의 모든 두려움은 고작 10 안팎이고, 다만 이 두려움은 계속 소량씩 누적되는 것이라 쌓이고 쌓이다 100이 넘어가는 순간 아, 그냥 포기하고 죽어야지. 뭐 이런 류. 그래서 주위 사람들의 ‘두려워하지마, 겁내지마, 잘할 수 있어, 이겨내야지.’ 등등의 위로에 아직은 그 감정을 잘 모르겠어서 어떤 감정일까 늘 물음표가 되어 어색하게 답하게 된다. ‘예, 그럴게요.’ 실생활의 나는 이런데 꿈의 나는 정반대이다. 일례로 조직검사 같은거. 실제.. 2023. 12. 12. 첫 번째 입원 수요일에 진료를 다녀와서 일요일에 입원을 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또 신나게 놀 수 있는 날은 목/금/토 이렇게 3일. 사람의 몸은 참 신기하다. 전 날 늦게 잤는데도 10시에 눈이 떠지다니. 오늘은 뭐할까, 계획하는데 계획과는 다르게 갑작스런 김장이벤트가 잡힌다. 고선생과 산책 나간 선우가 아무래도 배추들이 곧 얼어죽을거 같은데, 김장을 해야겠다고. 그래서 김장하는 선우 옆에서 보조하며 하루를 보냈다. 내일은 집을 좀 오래 비워야하니, 청소를 해둬야 겠다 하고 대청소 예정이니 토요일은 진짜 놀아야겠다, 고. ‘암인거 같대요’ 하는 글만 띡 올려두고 잠적했던 페이스북에 글을 다시 올렸다. 아주 길고 긴 글. 페이스북은 시덥잖은 일상 이야기나, 잡담, 내가 얼마나 허술한 인간인지에 대한 반성, 고선생.. 2023. 12. 9. 페이스북에 올린 글(23.11.10) 어제는 공식적으로 암환자 등록을 하였습니다. ‘암’이란 단어가 우리집에 찾아온 후 나는 조금 멍해졌고 선우의 일상은 내가 중심이 되었고 우리가 일구던 가죽하는유목민 노마딬의 일상은 멈췄습니다. 아! 고선생의 일상은 잘 지키고 있으니까 고선생 이뻐하시는분들 걱정마세요 ㅋ 여전히 고선생은 해맑고 이쁘고 건강하고 잘먹고 잘쌉니다. 암인것 같다, 에서 우리는 제일 먼저 하루 일과를 바꾸었습니다. 늘상 자고플 때 자고(아침 6~7시)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오후 2~3시) 하던 느슨한 일상에서 아침 10시에 꼬박꼬박 일어나는 새나라의 어른이가 되었지모에요! 앞으로 이른시간 병원을 오가야할텐데, 낮밤이 바뀐 상태로 병원을 오가면 컨디션이 안좋아질테니까, 가 빙구의 이유였고 저는 말 잘듣는 착한 어른이니까 지금도.. 2023. 12. 9. 어떤 암환자가 될까? "오늘 나는 암환자가 되었어. 선우야, 내가 어떤 암환자가 됐음 좋겠어?" "음.. 생각없는 암환자? 막 암이니 뭐니 자각없이 해맑고 신난 암환자. 아팠다가도 금세 괜찮아지는 암환자. 입맛없지 않고 이것저것 잘 챙겨먹는 암환자. 그런 암환자가 되었음 좋겠어!" "콜!" 2023. 12. 6. 이제 나는 공식 암환자. 한참을 기다려 드디어 의사를 만났다. 조직검사를 하고 꼬박 일주일. 선생님은 원래 알고있던 녀석 외에 바로 옆에 있는 하나의 종양과, 림프에 또 보이는 녀석도 불안하다고. 크기는 4.5cm 정도 되며, 만약 전이가 되었다면 4기, 다행히 전이가 안되었다면 2기라고 한다. 아직 젊은 나이라 공격적인 치료를 하고 싶은데, 항암도 염두해 두어야 한다고. 일단 일요일 입원해서 3/4일간 검사를 해야한다고 한다. 그래야 그 후에 수술이던 항암이던 계획이 잡힐듯 하다고. 선우는 선생님 말대로 입원을 하는 것이 맞는거 같다고 나를 바라보았고, 내가 끄덕이자 ‘입원할게요. 그리고 부분절제던 전체절제던 저희는 관계없습니다.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좋은 예후를 기대하는 것이 목적이니까요.’ 라고 입원에 동의했다. 나는 오늘.. 2023. 12. 2. 하루하루 바쁜데, 마음은 무기력 해. 루틴이 무너졌다. 일어나는 것도 조금 느슨해지고, 무엇보다도 산책 나가는 것을 안하고 있다. 선우는 눈을 떠 내 상태를 체크하고 산책을 가고싶으면 가자고, 안가고 싶으면 안가도 된다고 내 의사를 물어봐준다. 마음은 안가고 싶은데 괜히 작심삼일 등의 죄책감으로 주저하면, 괜찮다고, 너 하고싶을 때 하는 것이 제일 좋은거라고 운동 몇 번 거른다고 큰일 나는 것은 아니라고 내 마음을 안심시켜준다. 마음이 급해졌다. 날이 추워지고 있고, 텃밭에는 아직 채 익지 않은 토마토들이 그대로 달려있다. 호박들과 수세미도 정리해두어야 하는데. 산책과 운동보다는 얼른 토마토들을 수확해 그린토마토 살사와, 그린토마토 처트니를 만들어 캐닝을 해둬야 한다. 고추들도 얼른 수확해 손질하고 얼리거나 건조해두어야 하고, 수세미도 끓는.. 2023. 12. 2. 모든 건 망할 날씨 때문이야. 병원을 갔다오고 그 다음날은 고선생과 소풍을 가고. 그렇게 운동겸 산책을 이틀정도 쉬었는데 다시 하려니 몸이 좀 되더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냥 짧은 코스를 후딱 돌고 집에 들어왔다. 기분이 영 별로다. 자꾸 눕고 싶다. 무기력해질것 같은게 영 별로다. 맛난거 먹으면 기분이 좋아질 거라고. 마침 장날이라 구경을 갔다. 상인분들이 왤케 오랜만이냐고 반겨주시며 어디 아팠냐 하는데 ‘아니라’고, 바로 대답이 튀어나오더라. 안 아팠어, 아무 일도 없었어. 하루종일 머리가 좀 아팠는데, 빙구랑 둘이 널부러져서 컨디션 안좋은 것에 대해 얘기하며 모든 이유를 다 날씨로 돌리기로 했다. 모든게 다 날씨 탓이야. 머리가 띵해, 망할 날씨! 망할 날씨, 오늘은 해가 너무 쨍해! 망할 날씨! 이렇게. 괜찮다. 매일이 행복.. 2023. 11. 30. 암선고 일주일 전. 알림 꺼놓고 또 즐겁게 살면 돼. 조직검사를 받고 일주일 뒤에 진료 예약을 잡아두고 나오면서 우리는 이런얘기를 했다. 또 일주일의 시간이 생겼구나. 모든 것은 일주일 뒤로 미루고 아무 걱정도 없이 또 즐겁게 살자, 고. 알림을 꺼놓고 즐겁게 놀다가 일주일 뒤 알림(결과) 받으면 그럼 그 때 최선에 대해 생각하자고. 아픈건 아픈거고 일단 조직검사를 잘 해냈다는 것이 되게 좋더라. 아파서 찡그리다가도 끝났다는게 신이 나서 해실해실 웃으니 선우도 덩달아 ‘진짜 용감하다, 울지도 않고 그 무서운걸 다 했네?’ 하며 추켜세워주는데 나는 맞다고, 진짜 나는 용감하다고 검사도 끝이라고! 신난다고 날 더 칭찬하라고 요구하며 한참을 웃는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고 어제 혼자 집에 있었을 고선생을 달래주러 셋이 소풍을 나.. 2023. 11. 29. 조직검사, 곱니 아프더라. 상급병원으로 전원하고 초진 날짜가 잡혔다. 드디어, ‘너는 암환자야!’ 하고 확진 해줄 의사를 만나는 날. 사람이 참 많더라. 주차장을 빙글빙글 돌고, 큰 병원을 헤매고 다니다 겨우 도착해 한시간을 기다려 의사선생님을 마주했다. 전 병원에서 찍어온 내 초음파를 보여주며, -여기 이게 모양이 이쁘지 않죠, 이게 암이 아니라고는 못하겠어요. 나머지 두개는 확인이 필요하지만, 얘는 암일 확률이 아주 높습니다. 라 한다. 내가 뭘 알겠냐만, 내가 보면 이쁘던데.. 그냥 다 이쁘던데. 이쁘면 암이 아닌가, 그럼 좋겠다. 오늘 조직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일단 안이쁜 녀석을 먼저 검사할 것이라고. 그리고 일주일 뒤에 결과를 놓고 다시 얘기하자고. 또 한참을 기다려 조직검사 시간을 예약하고 중간에 시간이 떠 점심을 먹었.. 2023. 11. 29. 열흘 째 예비 암환자. 암일 확률이 98%이상이다, 라는 말을 듣고 딱 열흘 째. 오늘은 조직검사 날. 일찍 누웠는데 시간마다 깨서 잠을 통 못잤다. 꿈에서 조직검사를 몇번이나 했는지. 꿈인데도 통증이 생생해 좀 억울하더라. 어제 선우의 브리핑에 따르면, 아침 8시에 일어나 9시에 강릉으로 출발, 10시에 병원에 도착해 소견서와 영상CD등을 접수하고 10시 45분에 진료 받으면 된다고했는데 나는 6시부터 말똥말똥. 이왕 말똥말똥 거리는 김에 검색을 해볼까 해서 유방암 조직검사부터, 조직검사 후 결과 나오는 기간 등등을 찾아보다가 여러 사람들의 생생후기(?)를 읽게되었다. 의외로 항암을 안해도 되는 경우도 많다더라. 항암을 대비해서 겸사겸사 머리를 미리 밀어야겠다, 했더니 선우도 같이 밀겠다 하더라. 그럼 인도 이후 두번째 동반.. 2023. 11. 26. 일상을 멈추다. 가죽하는유목민 노마딬의 판매 작품중의 내 디자인은 모두 판매중지를 걸어놓고, 손글씨 각인이 가능했던 소품들도 각인옵션을 막아두었다. 그러고 나니 진짜 하루가 널널하다. 예전에는 새벽 서너시에 각자의 잠자리로 들어가 아침 8시경 잠을 자고 오후 두세시 쯤 일어났는데 그 일상을 바꾸고 나니 하루에 덤으로 생긴 시간이 꽤 된다. 이를테면 늘 잠들기 전에 서너시간정도는 넷플릭스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이젠 12시 침대에 누워 잠시 커뮤니티나 SNS를 둘러보다보면 꾸벅꾸벅 졸게되어 금세 잠든다. 그럼 또 아침에 일찍 일어나게 되고, 선우와 산책겸 운동을 하며 한시간 걷다 와도 정오가 안된 시간. 하루가 엄청 엄청 길어졌다. 예전엔 해가 너무 짧다고(겨울에는 해가 너무 짧은 산속이라 고작 삼십분정도 해를 쫓다가 .. 2023. 11. 24. 암환자가 되었다. 나는 아직 아프지 않은데. 그래서 암환자란 자각도 없는데. 그러니까 내가 헤실거리며 농담 따먹기를 하고 즐겁게 놀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건 한큐에 끝이니까. 어차피 오픈을 해야한다면 누구한테 해야하지? 뭐 사실 할 사람도 없는데. 근데 오픈을 하건 안하건 나는 페이스북으로 친구들에 이런저런 일상을 잘 공유하니까 그래, 페이스북이 한큐에 짱이겠다. 상처에 붙인 밴드를 떼어 낼 때 한번에 확 잡아 뜯는 기분으로. 그렇게 글을 올렸다. 계속 알림이 오길래 모든 알림을 지우고 끝내 페이스북 어플을 지워버리고 마치 아무일 없는 듯 눈을 감았다. 근데.. 뭔가 좀 서늘해져서 핸드폰을 보니까… 미쳤다… 인스타그램으로 공유가 되었네. 페이스북은 그냥 내 오랜 온라인 벗들이 많아서 이런저런 일상을 공유하는데 전혀 거리낌.. 2023. 11. 23. 골방안에 틀어박히다. 누구와도 연결되고 싶지 않았다. 하필 생일에 일이 터진지라, 메시지와 메신저로 이런저런 선물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근데 아무것도, 누구와도 연결이 되고싶지 않아서 그냥 창을 닫아버렸다. 뭐 일주일 정도 지나면 선물들은 반환되겠지, 그럼 그 사람들에게 지불했던 돈이 되돌아 가겠지, 하며. 친구들은 조심스레 선우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선우는 내 매니저처럼 00에게는 그래도 연락을 해서 네 목소리를 들려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걱정을 덜 할 것 같다고 내게 전해주기도 하고 00한테 연락이 왔었고 내가 잘 말했다, 고 알고만 있으라 언질을 해주기도 했다. 다들 내가 왜 연락을 안받고 싶어하는지 어떤 생각인지 잘 모르겠지만서도 그래도 내 의중을 헤아려 각자의 방식으로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선물하기, 같은 작은 .. 2023. 11. 23. 새로운 녀석이 나타나면, 나도 변해야지. 일상이 생겼다. 이제 우리는 시도때도 없이 병원을 들락날락 거릴 것 같은데, 늘 오후 3~4시에 일어나서는 안될거 같다며. 선우의 목표는 아침 8시 기상이다. 당분간 적응하기 위해 아침 10~11시사이에 일어나기로. 우선 선우는 일어나선 거실 커튼을 열고, 블라인드를 올려 채광을 높인 후, 내 방으로 달려온다. 안녕? 하고 나와 눈을 맞추고 내 다리 맡에서 골골거리며 기다리는 고선생에게 몸을 낮춰 그루밍을 도와준다. 나는 일어나 조금 따뜻한 옷을 걸치고, 세안을 하고, 뒷 주방의 효소병들을 한번 열어 섞어준다. 그 사이에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신다. 그리고는 테이블에 앉아 전날의 일상을 기록하면, 선우가 정성들여 커피를 내린다. 커피를 마시며 선우는 스트레칭을 하고 나는 씻고 옷을 갈아입고 작은 보온병에 .. 2023. 11. 14. 암선고는 내 생일, 선물처럼 찾아왔다. 무언가 하고싶은 것이 생겼다. 쓸데 없지만 그냥 하고픈 것. 다름아닌 캐닝 Canning. 토마토를 애지중지 키워 소중하게 모아 토마토 페이스트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릴스나 숏츠의 알고리즘에서도 토마토를 수확해 소스를 만들고 열탕소독한 유리병에 옮겨 보관하는 영상이 끊임없이 재생된다. 그 중에 아니, 캐닝이라니? 유리병을 통조림캔화 한다니? 검색을 해보니 메이슨자 Mason Jar 가 캐닝에 적합해보이는데 직구하려니까 배송료가 엄청나게 비싼거야. 그래서 며칠 고민하다가, 국내에서 많이 쓰는 보르미올리 유리병에 캐닝 뚜껑과 캐닝 때 필요한 도구들을 따로 주문하고 유튜브로 캐닝을 공부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건강검진을 받아야 해, 후딱 강릉에 들러 받았고 그 저녁부터 다음, 그 다음날인 수요일까.. 2023. 11. 14. 이전 1 다음